어릴적 동백을 보면, 참 야무진 꽃이라 생각되었습
니다. 붉은 꽃에 해풍에도 끄떡없는 단단한 잎사귀.
살아가면서 동백은 볼수록 더 운치있는 꽃나무라 생
각이 듭니다. 다른 꽃들과 달리 피어있는 꽃 봉오리
전체가 똑 하고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며, 삶의 고귀
한 절개같은 것이 느껴집니다.
마르고 닳도록 피고 지는 꽃이 아니라 삶의 전성기
의 그 모습 그대로 미련없이 땅으로 떨어진 그 모습이
색다른 감동을 줍니다.
부산의 해운대 동백섬 바다에서 해변 갯바위로 수
없이 부딪혀 오는 파도를 보며, 또 그 해풍에도 한들
거리며 여유까지 부리는 동백을 보며 살아갈 맛을 느
껴 봅니다.
김광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