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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가된 막사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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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드비취 2017. 8. 26.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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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만든 조선 막사발 하나

볼품없고 못난 표정에
누군가 개밥그릇 같다 한다.

때묻은 장판지처럼
누르퉁퉁한 빛깔.

흠투성이 막사발
유약또한 골고루 묻지 않아
굽에는 굵은 흙입자 삐죽히 드러났다.

몸통은 금이간듯
입은 그나마 찌부러졌다.

화장이라곤 평생한번도 안한
잘바닥 촌부같은 군던지스러운 막사발.

바다건너 일본에 가서
국보가 되었다.
소장자 가문 기자에몬이란 이름이 붙어
'기자에몬 이도 다완'

교토 최고의 문화재
7개 자물쇠 열어
6겹 상자푼 뒤
보랏빛 보자기 벗겨야
겨우 만날수 있는
촬영조차 쉽지 허락되지 않는다.

조선시대 서민 부엌
하릴없이 뒹굴었을 막사발
일본의 국보가 되다니?

찌그러진 사발이 풍기는
절박한 형태의 미.
황록이나 적갈색 묻은
깊이있는 고요의 미.

센노리큐는
조선에서 가져간 막사발에
간소하고 차분한 아취를 부여했다.

ㅡ 손철주 '인생이 그림같다' 중

우리 주변의 소박한 것에 깃던
위대한 아우라를 보는 안목이
내겐 언제나 주어질까?

작은 그릇하나에서도
투박함 속에 담긴 깊이를 보는 눈은

티끌에서도 신의 충일감을 느끼며
입술을 티끌에 댈수 있을 때나 가능할런지도~

ㅡ 기자에몬 이도다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