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포근함으로
반팔 티를 꺼내 입게 하더니
오늘은 싸늘함으로
두겹 세겹 껴입지 못한 걸 후회하게 한다.
이토록 변덕스러운 봄날
봄의 흥에 끌려
박물관 투어버스에 실려간
경남산청 답사.
'봄은 그렇게 얄밉다.'
봄은 이렇게 겨울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서
변덕을 부린다.
내원사를 돌아 돌아 흐르는 물줄기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게냐?
영태 2년을 새긴 납석사리호(국보233호)는
어찌 또 석조비로자나불을 떠나
부산 박물관 까지 흘러온 것일까?
산청의 물줄기 아래 삼층석탑은 말없이
신라의 긴... 침묵을 지키고
절간의 불어오는 바람에 물고기 풍경소리만
따르랑 흔들리네
덕천서원 앞 고목은
조선 역사의 유생들의 학문탐구의 열기과
임진년을 물들인 피의 전쟁
그리고 인조반정의 환국의 정치적 파란을
지켜본듯
홍살문앞에 서서 가지를 하늘로 쳐 올린다.
신간고출-고목에서 새로운 가지가 나온다-이라.
고목곁에는 새로운 가지가 나무줄기되어 뻗어나와
세월을 겪어낸 풍파에
살아있는 생명으로 답한다.
돌담에 서까리에 끼인 이끼는
수없이 피고진 세월에 묵은 흔적을 전해주는 듯...
산천재.
임금(천)이 백성(산)아래 있다하여
애민정신의 기개로 세상을 통찰한 남명조식
지리산 자락 산천재라 이름하며
천왕봉 바라보며 매화나무를 심었다는데...
이 고매-오래된 매화나무-는 봄이 되면
청량한 매화향기 발산하건만
이미 늦은 것일까? 매화는 보지 못하고
백수건달-흰손(사대부)과 하늘에 다달은 경지-의 뜻만
새로이 듣고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