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돌담이 있는
예담마을
굽이치는 산새와
마을을 돌아흐르는 물줄기.
봄 기운에
밀려온 유서깊은 마을,
이순신 장군 백의종군길 안내표지를 발견한다.
삼도수군통제사에서
선조의 명령불복종으로
하루아침 백의종군된 이순신.
휘하장수들의 무모한 희생을 막고자.
적장 고니시의 계략을 피하고자 선택한
그의 고난의 길.
그가 그 낮은 자리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어찌 정유재란의 명량대첩이 있었으랴.
마을의 긴 담벼락은 그 사연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쟁이 덩쿨만 덮혔네라.
금관가야의
마지막 왕 구형왕
망국 군주로
차마 부드러운 흙에 묻힐 수 없다하여
차가운 돌무덤에 묻혔다.
낙엽하나 쌓이지 않고
왕릉 입구 작은 구멍에 새도 날아오지 않아
금관가야의 슬픔을 나타내었다 전한다.
'부끄러움을 부끄러워 할 줄 아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얄미운 봄 산행길
돌산을 스치는 바람이
전해주는 목소리다.
어미 호랑이가 새끼호랑이를 안고
품으로 파고드는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형국에
왕릉이 위치해 있다는데...
구형왕 돌무덤에서 어찌 그 풍경 볼세랴?
이렇게 멀리 떨어져 버스서 보노니 그 형상 그려진다.
철학자 키에르케고르(Kierkerggard) 말하길
'인생을 앞을 보며 살지만, 뒤를 돌아보며 해석하게 된다.'
우리 삶도 몇년 아니 몇십년의 시간이 지나서
삶의 지난 자리를 되돌아 보며
그때 내가 어디쯤 서 있었는지 볼 수 있는 눈이
생기지 않겠는가?
그러니 일단 살고 볼 일이다.
우리의 무덤같은 절망도
생명을 흘리고 키우는 젖줄이 될런지 어찌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