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섬 들어가는 큰 종을 보소서!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 없다오.
어떻게 해야만 두류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까?"
남명의 시를 뒤로 한채
찾아간 단속사지.
통일신라 화강석은 동서의 두 탑으로 폐사된 절의
흔적만 전한다.
東은 꿈틀거리는 해의 기운으로 용처럼 솟아나고
南은 태양의 흑점을 가진듯 주작의 날개로 나래치고
西는 기 다한 태양이 안식처 숨어들듯 호랑이 등 웅크리고
北은 고개를 쑤욱 들인 현무 거북이의 등처럼 숨은 기운이
동서남북 감싸는
이 절터의 천년 법통이라건만
유생들의 시대 정신으로,
정유재란의 풍화로,
유구한 세월 속
매화만이 지키는 산촌의 인적드문 촌락이 되었네라.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절이라는 겁외사.
성철스님의 청렴결백한 삶이 묻어나는 자리.
'물은 물이요, 산은 산이라'
그 법어 한마디가 남은 건
그의 삶이 큰 울림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영원에서 영원으로~'를 고뇌했던
인간 성철.
소담한 그의 검소한 삶의 흔적이
누군가에게 귀감이 되길...
저기
저리 붉은 꽃은 무엔가?
궁금증은
발걸음
불러들인다.
불타는 듯 봄을 태우건만
타지 않는 저 빛깔
조물주의 부름에
햇살닿는 곳곳이
이토록 빛깔로
땅과 더불어 하늘에 순응하건만
피조물인 인간은
어찌 그리 오만하며
욕된 인생을 살아가는가?
베틀의 북처럼
쉬 지나는 인생
문익점 선생이 지난 자리에는
추운겨울 따스하게 견디게해줄
목화가 남았고,
성철스님이 지난 터에는
설법이 새겨졌고,
남명 조식이 지난 곳에는
서원이 세워졌구나.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데
내가 지난 그 자리에는
무엇이 남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