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에서

    부산 수영구 민락동 등대에서 해운대의 빌딩들도 보이고, 광안대교도 보인다.
    날씨가 추워서 요즘 이 등대를 자주 방문하지 못한다.
    아침운동이 쉽지 않은 때이다.
    날이 풀리면 다시 밟아야 할 곳이다.
   
    2010년을 시작하고 1월도 어느덧 중순에 접어든다.
    새해의 결심들을 다시금 되새겨 보며 나는 어디쯤 있는지 나침판을 본다.
   
    삼일전 영락공원의 화장장을 다녀왔다.
    추운날씨에 얼마나 많은 장례가 있었는지, 15로중에 13로가 가동중 이었고, 나머지 2군데도
    밀려드는 장례일을 준비하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통곡과 눈물, 그 비통함이 여지없이 묻어나는 현장에서
    유족들을 찾은 나의 발걸음이 어떤 작은 위로라도 되었을까?

    그리고, 이틀전에 후배의 집에 태어난 아기를 방문하고 왔다.
    생후 2달이 채 안된 아기를 위해, 기저귀와 큰 수건을 가지고 갔다.
    새근새근 잠근 아이와 그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눈빛을 볼수 있는 자리였다.

    단 며칠사이에 이렇게 죽음과 출생의 순간에 함께 했다.
   
    아이티에서 대규모 지진이 일어난 후 수많은 사람들이 혼돈상태에 빠졌고,
    구호물자를 나르는 공항과 항구도 마비되었다는 이야기가 뉴스를 장식한다.
    생지옥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아비규환의 현장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채널 하나를 돌리면 음식에 대한 코미디프로가 나온다.

    우리 사는 세상이 방송채널하나를 돌리면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듯 느껴진다.

    새해가 시작되었지만, 수많은 삶의 고단함의 소식들을 듣는다.
    부산 해운대 백병원에 40명 직원채용에 500여명이 지원했다는 이야기,
    항만에서 직원을 뽑는데도 559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는 이야기,
    구직전쟁이라고 불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만큼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사회이다.

    우리는 파도와 같은 인생을 산다.
    때로는 쓰나미처럼 밀려와 돌덩이를 수변공원위에 올려 놓을만큼 강력한 파워를 행사하기도 하고
    때로는 한없이 잔잔하기도 하다.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그 파도속의 배들의 길을 인도하는 등대곁에서
    내 삶의 자리를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