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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물관 _ 김광영 부비리포터

사람이야기

by 로드비취 2015. 6. 25.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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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

 

나태주 시인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어디 풀꽃만 그러할까? 우리 주변의 모든 것이 주목하여 볼 때 숨겨진 아름다움과 함께 풍성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어릴 적 그림그리기를 즐겨했는데, 자세히 볼 수 있고 오래 볼 수 있어 몰입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부산박물관에서 문화재 그리기행사가 열렸다. 박물관 구석구석의 오랜 역사의 무게를 간직한 유물들이 우리 아이들에게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지 사뭇 궁금하다.

 

4월29일부터 5월31일까지 문화재그리기대회 수상작 전시회가 열렸다. 임진왜란 부산진성전투도를 비롯해, 고려 상감 국화무늬 잔, 범종의 모습 등이 새롭게 태어났다. 신석기시대의 대표유물 빗살무늬토기에는 온갖 상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대실에 전시된 가야 금관도 가야시대왕의 얼굴과 함께 살아난다. 만덕사지 치미(망새)에는 아이들이 올라가 놀고 있는 모습이 그려지고, 조선백자를 중심에 두고 조선의 선비들이 갓을 쓰고 풍유를 즐기고 있다.

 

 

부산박물관에서 2003년부터 출발한 문화재그리기 대회, 올해는 부산거주 500여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고 한다. 역사가 교과서에서 시험치기 위해 외우고 배우는 것은 아니다. 오랜 역의 유물에는 지닌 예술과 그 역사의 고뇌와 숨결이 담겼다.

 

상감청자 하나만 봐도 그렇다. 청자에 새겨진 문양은 덧입혀 그려진 것 아니라, 파내어 채워넣은 도자기의 상흔이 만든 미의 극치다. 고려의 청자는 3대 집단강제 거류지였던 '향, 소, 부곡' 중 도공들이 살았던 '소'에서 만들어진다. 청자는 고가에 예술미를 인정받지만 도공들은 천시받던 고려시대 태어나서 자유로이 이사갈수도 이주도 불가한 죽을 때까지 살아야 하는 '소 '지역에서 탄생한다.

 

집권자들은 '소'의 도공들에게 청자의 상당한 할당량을 요구하는데, 도자기를 구우면 금이 가고 깨져 십분지 1밖에 거둘 것이 없고 혹 기포가 올라와 가치가 떨어진다. 지배층의 무리한 요구에 허리가 휘는 고려도공들. 청자의 기포부위를 깎아내어 무늬를 만들고 유약을 채워 넣어 그 양을 맞춘다. 그렇게 세계 어디서 찾기 힘든 고려 상감청자가 탄생한다.

 

고려상감청자는 그렇게 고려도공의 눈물이며 기포로 인해 버려질 청자를 회생케 한 상처의 극복이며 창의력이다. 오늘 이 시대 아픔을 이겨내어 아름다운 그릇으로 세상에 다시 태어나도록 몸부림치게 만드는 도전이기도 하다. 우리 아이들이 문화재그리기를 통해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를 배우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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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출처: 부산광역시 인터넷신문 'BUVI News(부비뉴스)' http://news.busan.go.kr>
김광영/부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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