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흐르는 강물처럼

사람이야기

by 로드비취 2015. 6. 30. 10:44

본문






흐르는 강물처럼 (RIVER RUNS THROUGH IT)

낚시 바늘에서 자유로움을 얻는 길

김광영

 

 

 

  얼마 전 아이들과 오륙도에 밤낚시를 갔다릴낚시에 미끼를 끼우고 줄을 감아 제대로 던지기가 결단코 쉽지 않았다등대와 도심의 불빛 하늘의 별들이 반짝이는 어둠속 낚싯대 하나를 던져 넣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중 낚싯대를 휘저으니 강한 입질이 와서 확 댕겼다꼬리 힘이 무척이나 강한 바다장어의 작은 종 같았다얼마나 입질을 세게 했고 뒤트는 힘이 센지입에 물린 낚시를 빼내지도 못하고 통에 담았다.

 

  ‘흐르는 강물처럼’ 이 영화는 미국서부 몬테나 주 거대한 대 협곡과 그 아래 깊고 넓은 강물을 배경으로 플라잉 낚시를 하는 낚시꾼을 드라마틱하게 담은 장면이 압권이었다이는 플라잉 낚시를 통해 가족사를 풀어가려던 감독의 의도와도 맞물려 있다고 본다플라잉 낚시 장면은 흐르는 강과 낚싯대를 던지는 한 남자의 모습하늘을 가르는 낚싯줄과 물살 등이 서정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물살 하나낚시 줄 하나 놓치지 않는다.

 

  강변 풍경이 수려한 시골 장로교 목사에게 두 아들이 있다몸소 두 가지 공부를 가르친다하나는 낚시,하나는 글쓰기낚시는 창조주의 리듬을 깨닫는 공부글쓰기는 신의 뜻을 깨우치라는 공부글쓰기의 강조점은 간단함 명료함아들들의 글은 반으로 돌려보내지고 그 반은 다시 반으로 줄이고 또 반으로 줄이다.

낚시는 더 독특한 방식집 뒷마당에서 이뤄지는 실습메트로놈 네 박자에 따라 2시와 10시의 시침 방향 사이로 낚싯대 춤추듯 휘두르는 동작신의 박자를 깨달으라낚싯대 담그기 고기 입질의 순간 채 올리기 이런 박자에 따라 이뤄진다.

 

  이 교육방침에 반응하는 각기 다른 아들의 모습이다형은 원칙대로 따른다아버지의 틀에 의존한다아우는 다르다왼손으로 낚싯대를 잡는다오른손잡이 정통의 아버지에게는 골칫거리다변칙을 향한 욕망,일탈위반에 대한 유혹이 그를 휘몰아간다끼니를 굶기기도 형벌로 다스리려하는 자신의 고집을 꺾지 않는다.

  큰 도시 대학의 장학생으로 입학한 형대학원 공부에 박사학위로 교수가 된다고향 근처 전문대 겨우 졸업하여 지방신문 기자가된 동생과 마주한다. 7년 만에 돌아온 형이 아우와 강가로 간다낚시대를 휘두르는 아우의 동작이 다르다아버지가 가르쳐준 4박자도 아니고, 2시와 10시 시침의 변역에서 이뤄지는 줄 놀림도 아니다. ‘그림자 던지기라는 독창적인 몸동작으로 자신 고유의 리듬에 날렵하게 줄을 담갔다 낚아채기를 반복한다.

  형의 눈은 낚은 고기가 아닌 아우의 낚시놀림 그 자체에 낚인다팔딱거리는 고기에 생채기 하기 없이 바늘을 분리어망에 넣는 몸놀림 사이 군더더기 없다아우와 낚싯대 강물이 혼연일체(渾然一體)되어 흘러가는 흐름 같은 것이다형이 은어를 더 많이 낚았으나 동생의 낚시질의 예술성에 자신보다 동생의 우위를 느낀다.

  낚시만이 아니다삶의 스타일이 다르다인디언 여자와 사귀고 인디언의 출입을 금하는 술집에 애인과 들어가 격렬한 춤사위를 날리고 끗발이 보일 성 싶은 날 월급을 몽땅 걸어 도박판에 끼어든다.

방학이 끝이 오고 고향을 떠나는 아침 총격당한 시체로 길바닥에 내팽개쳐진 아우의 소식을 듣는다형이 오랜 침묵 끝에 넋은 잃은 아버지께 말한다.

손목이 무참히 으스러져 있었어요?”

"어느 손이냐?“

왼손

메트로놈 4박자를 거부하고 기존의 틀에 저항한 아버지의 굴레를 벗어나려 한 바로 그 손이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실제 인물인 노먼 매클린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그는 미국의 은퇴한 대학 교수이자 작가다아버지는 집에서 절대적인 존재이며감정 표현의 억제원칙의 고수인색한 칭찬으로 가족들을 엄격하게 통제한다그러나 그의 엄격함 뒤에는 문학과 아이들낚시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자리한다.

 영화에서 낚시는 뭘까부자간의 관계이다두 형제 모두 강력한 아버지의 이미지에 압도당하고 거기에 영향 받고 의존한다그러나 낚싯바늘에서 풀려날 수 있는 길은 낚시꾼 쪽으로 헤엄쳐 가서 낚싯줄을 느슨하게 한 다음 낚시 고리로부터 자유로워질 기회를 포착하는 것이다노먼은 아버지에게 순종하며 결국 자유를 얻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폴은 끊임없이 아버지의 규칙을 깨려 하나 그러면 그럴수록 줄은 더 팽팽해지고 갈고리는 몸 안에 더욱 깊숙이 박혀 지쳐가는 물고기와 같았다폴의 비극은 이렇게 몸부림치는 물고기처럼 결국 아버지를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서 기인한다.

 

  좀처럼 감정을 드러내지 않던 아버지폴이 죽음 후 죽은 아들에 대해 이렇게 회상한다.

 

"그는 아름다웠다"

"우리는 상대방이 도움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오히려 때론 그들이 원하지 않는 도움을 주곤 합니다그러나 우린 서로에게 도움이 될 수 없다 하더라도 서로를 사랑할 순 있습니다."

 

  왜 제목을 흐르는 강물처럼이라 잡았을까노만은 마지막에 말한다.

인생은 순간이고순간은 영원하지 않다.” 강물이 흐르는 것은 순간이지만 그 강물이 바위를 만들고 모래를 만든다협곡이나 바다도 만들어진다.

  아버지의 한마디가 쑤욱 들어온 영혼의 파동을 일으킨다.

우리는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

 

  영화를 보며 가족이란 무엇일까?’ 혹은 '교육이란 무엇일까?' 질문이 더 커진다서로 다른 남녀가 만난부부’, 서로 다른 기질과 성향의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과 부모의 관계그것이 흐르는 강물처럼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었으면 한다아마 그것은 누구나 바라는 바일 것이다.

  하지만낚시에 걸려 파닥대는 물고기처럼 불편한 관계가 많다그것은 별거나 이혼이 되기도 하고 가출이나 비행이 되기도 한다오른손의 정통에서 왼손이 진정한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안으로 감아들면 구속(拘束)’이 될 것이고밖으로 풀어 놓으면 방종(放縱)’이 될 것이다낚시질처럼 끊임없는 감아듦과 풀어놓음의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누가 이 낚시질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자녀교육 혹은 부부관계에 왕도(王度)는 있는가삶을 살다보니 정답을 콕 집어 말하기 쉽지 않다아마 이것은 우리가 평생 풀어가야 할 숙제(宿題)가 아니라온몸으로 견뎌야 할 삶의 신비(神秘)인지 모르겠다.



출처 :  클릭 부산교육 _ 부산시교육청 학부모기자단 카페 글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