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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VI _ 부산남구도서관 _ 미생이야기

사람이야기

by 로드비취 2015. 6. 30.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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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영


청년실업과 비정규직의 문제를 다뤄 인구에 회자된 드라마 '미생(未生)'이 있다. 이는 바둑 용어로 반상의 돌이 아직 완전히 살아있지 않음을 의미한다. 비정규직 600만 시대 청년실업자들의 현실의 민낯을 드러낸다. '갑'의 관점이 아닌 '을'의 시선에서 직장의 모습을 꼬집었다. 


이 드라마가 남긴 명대사 한줄 소개한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지옥이다."

이 한 울림이 취업준비생들에게 뼈저리게 다가온다. 전쟁터에 나가고 싶어도 그 현실조차 바늘구멍 통과하기니 말이다. 


청년들 취업의 문 앞에서 동장군보다 더 차가운 냉대를 받고 있다. 대학가에서도 풍속도가 바뀌어가고 있다. 취업 못한 학생들이 '위장취업계'를 내고 채용시험을 준비하는가 하면, 어렵사리 취업한 학생들은 수업을 빠지고 기말고사 면제방법을 고민 중이다. 


지역의 도서관에 열람실이나 대출실 멀티미디어실 한구석에서 채용시험, 각종 자격증시험을 준비하며 추운 겨울잠을 자듯 잔뜩 엎드린 청춘들이 안타깝다. 빨리 한국경기에 봄바람이 불고 청년실업의 현실도 새로운 돌파구가 생겼으면 한다.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다, 잠시 시름을 달래며 식사로 추운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식당을 찾은 한 여학생의 편지를 소개한다. 남구도서관 외주계약을 맺은 식당 카운트를 보시는 아주머니를 보며, 식당의 밥 한 공기 음식하나를 만드는 주방의 조리사들을 보며 적은 ‘거위의 꿈’이다. 항공사 스튜어디스를 꿈꾸며 청춘의 아프고 외로운 순간을 이겨내며 식당 아주머니께 남긴 글이다. 

 


"안녕하세요. 지하 구내식당 아주머니~. 제가 누군지 잘 모르시겠죠.. 바로 구내식당을 자주 애용하는 한 소녀랍니다. 구내식당이 무지 넓고 쾌적해 진 것 아시나요? 테이블 색깔도 알록달록 하고요. 그 예쁜 테이블을 보고 있노라면 눈도 정화되고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단짝 의자는 또 얼마나 평안한지요... 분위기도 한결 쾌적해 진 것 같이요 어쩜 그렇게 질서정연하게 잘되었는지요. 장난은 아니구요 리셉션니스트도 무지 친철 하신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합니다. 


제가 이쯤해서 시를 하나 읊을까 합니다. 


죽는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고(故) 윤동주님의 시. 너무 감사한시죠. 


이 구내식당이 앞으로 더욱 찾아오는 사람도 많아지고 완전히 쾌적한 환경 속에서 힘내고 봉사하는 구내식당 되길 소망합니다. 저도 그런 신념을 본받아 나의 비행기를 찾아오는 승객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스튜어디스가 될 겁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 소녀의 글을 식당에서 보게 되었다. 성실히 살아가시는 식당 아주머니를 보며 자신도 자신의 꿈을 열심히 갈고 닦으리라는 감사와 결심의 글이다. 윤동주의 '서시'처럼 '나 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기'에 한 점 부끄럼 없기 살기 바라는 우리시대의 미생(未生) 젊은 청춘이다. 우리의 청춘들이 완생의 단계로 나가는 사회를 소망해보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까? 마음이 아로새겨진 글에서 우리시대 청춘의 얼굴을 본다. 


한 가지 팁을 드리면, 남구도서관 식당 한구석에 식당 아주머니께서 마련하신, 특별전시 인 소장 책들도 꽂혀있다. 식당에서도 책을 대출해 주신다고 한다. 


 출처 -  부산광역시 인터넷신문 부비뉴스 김광영 부비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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